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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뎀나무와 같은 곳


안녕하세요.

저희는 인도네시아의 수라바야라는 도시에서 현지동원 사역을 하고 있는 김승관 선교사 가정입니다.

이제 초6, 초3, 8세가 되는 아이들을 데리고 1년 반이라는 시간을 나름 치열하고 분주하게 보내다가

잠시 한국을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정신없이 한국에서의 일정을 보내고 아시안미션에서 진행하는

"해외선교사 R&R캠프"에 참석하게 되었을 때 무언가 말로 다 표현하기가 어려운 미세한 안도와 설레임이 있었습니다.

저희보다 하루 전날에 이미 숙소에 도착하셔서 캠프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수고하시고 애쓰신 흔적이 군데군데 엿보였고, 저희 아이들의 이름을 친근하게 눈을 맞추며 다정히 불러주시는 스텝들을 보면서

마음이 한결 더 편안해지고 안전한 장소라는 인식을 갖게 해주었답니다.


이 캠프안에서 만나뵙는 모든 분들이 저희에게는 초면이기도 하고

아직은 온통 낮설기만 해서 개회예배를 드리고 수줍게 서로 통성명을 하고 인사를 할 수 밖에 없었지만

2층에 있던 식당으로 저녁식사를 하러 들어섰을 때 각 테이블마다 정갈하게 차려져 있던

너무나 그리웠던 한국반찬들과 보글보글 소리를 내며 끓고 있던 소불고기 버섯 전돌을 보면서

먼저는 고향의 내음을, 그리고 입안 가득 익숙하고 정겨운 향수의 맛이 전해졌습니다.


선교지에서 그동안 꼭두새벽부터 일어나 아이들 학교에 들려보낼 점심도시락을 싸고

남편에게서 한국어 강의를 듣는 대학교의 학생들과, 온라인 수강으로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학생들을

학기말에 초대해서 한끼 밥을 해먹이기 위해 무수한 시간들을 땀을 뻘뻘 흘려가며

음식을 만들면서도 정작은 적당한 오이가 없어서 아쉽기만 했던

너무나 먹고싶었던 아삭한 식감의 간이 딱 맞는 오이무침이 우리의 저녁 식사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어서 어찌나 반갑고, 얼마나 맛있어하며 먹었는지 모른답니다.


이렇게 사소한 반찬 하나까지도 섬세하게 신경을 써주신 섬김의 손길이

눈에 보이진 않지만 캠프의 여러 프로그램들이 진행되는 동안에 피부로 와닿게 느껴졌습니다.

그 동안의 오랜 경험과 경륜으로 어느 것 하나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면서도

알차고 감동적인 프로그램들의 내용과 진행 방식들은 그동안 저희가 겪어와야 했던 고단했던 시간들

이를테면 다운증후군을 가지고 심박동기를 몸안에 넣는 수술을 4세에 해야했던 막내아들과 이제 막 사춘기에 선교지의 낮선 문화와 환경에 적응이 어려워 유난히 버거워했던 둘째와, 저희 부부가 말로는 다 형언키 어려운 여러 관계들 가운데에서 겪는 갈등들 등 때로는 정말 다 포기하고 싶고

한참을 주저앉기도 했었던 암울한 터널같은 시간들 속에서의 씨름과 신음들에 대하여 마치 보상을 받는 것 같았습니다.


처음에는 MK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싫다고 말했던 아이들이 다른 MK들과 함께

사랑으로 정성껏 섬겨주고 돌봐주시는 스텝들과 시간을 보내고 와서는 한층 들뜨고 즐거운 마음으로

또 언제 모이느냐고 다음 시간을 기다리는 모습을 보는 저희 부부로 하여금 자연스레

아시안미션 팀에 대한 신뢰가 더 깊어지게 만들었고 입가에 빙그레 미소가 지어지게 해주셨습니다.


설악에서의 3박 4일은 한바탕 전투를 치르고 나서 조금 많이 지쳐있었던 저희 가족에게

보석같은 쉼과 안식, 그리고 가족이라는 이름의 연결끈이 더욱 질기고 단단하게 매어진 것을

확인시켜주어 회복을 선사해 준 로뎀나무와 같았습니다.


이런 소중한 시간을 아낌없이 선물받을 수 있도록 아주 오래전부터 이랜드라는 회사를 창립하시고 소명을 따라 한걸음씩 주님과 함께 걸어오신 회장님께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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